
채채는 원래 이유식을 정말 잘 먹는 아이였어요.
잘 먹는 날에는 240g까지도 먹었고, 이유식 시간만 되면 입을 벌리면서 기다릴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잘 먹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먹는 양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240g 먹던 아이가 160g을 먹고, 또 어떤 날은 130g, 심할 때는 100g 정도만 먹는 날도 있었어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어요.
"오늘은 왜 이렇게 조금 먹지?"
"조금이라도 더 먹여야 하는 거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아이보다 이유식 그릇을 더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이유식 양에 집착했던 엄마였어요
먹는 양이 줄어드니까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밥볼도 만들어 보고, 치즈도 올려보고, 좋아하는 재료도 넣어봤어요.
숟가락을 들고 "한 입만 더 먹자."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조급해질수록 채채도 먹는 시간이 즐겁지 않아 보였어요.
먹는 것보다 숟가락을 피하려고 하고, 다른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얼마나 먹었는지'에만 집중하고 있었어요.

양보다 먼저 봐야 했던 건 아이 컨디션이었어요
조금 지나고 나서야 이유를 하나씩 알게 됐어요.
채채는 변비가 있었고, 치아가 올라오는 시기와도 겹쳐 있었어요.
먹는 것 자체가 불편했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런 컨디션보다 "오늘은 몇 g 먹었지?"만 계속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는 생각을 조금 바꿨어요.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변비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이유식 농도가 너무 되직하지는 않은지 먼저 보게 되더라고요.
변비가 있을 때는 채소 조합도 조금 더 신경 쓰고, 질감도 조금 묽게 조절해 봤어요.
아이 컨디션에 맞게 이유식을 만들어주니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먹는 양보다 먹는 시간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하나였어요.
이 시기는 많이 먹이는 것보다 이유식 시간이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억지로 200g을 채우려고 하면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도 식사시간이 싫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대로 오늘은 조금 먹더라도 웃으면서 식사를 끝내면 그것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쉽지는 않았어요.
엄마 마음은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고 싶으니까요.
그래도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저도 덜 힘들었고, 채채도 식사시간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결국 다시 잘 먹기 시작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치아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도 지나가고, 변비도 조금씩 괜찮아졌어요.
그러니까 신기하게도 먹는 양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컨디션이 중요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예전 같았으면 먹는 양이 조금만 줄어도 하루 종일 걱정했을 텐데, 이제는 먼저 채채 상태부터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잘 놀고, 잘 자고, 컨디션이 괜찮다면 하루 정도 적게 먹는 건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도 아직 육아를 배우는 중이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어요.
이유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아이였습니다.
오늘 몇 g 먹었는지보다 오늘 우리 아이가 즐겁게 식사했는지를 먼저 보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혹시 저처럼 이유식 양 때문에 걱정하고 계신다면 숫자만 보기보다 아이의 컨디션도 함께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그게 더 중요한 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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