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이제 눈 떼지 마래이~”
채채가 처음 기기 시작한 날, 남편이 했던 말.
그 말이 왜 이렇게 공감됐는지, 지금은 너무 잘 알겠어요.
채채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상위권인 편이라 소아과에서도 "조금 늦게 기는 아이들도 많아요."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언제 기려나 기다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괜히 걱정도 되는 거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거실 매트 위에서 엉금엉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저도 모르게 "와! 드디어 긴다!"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에는 '우리 아이도 자기 속도대로 잘 자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베이비룸에서는 안 기더니 바닥에서는 잘 기더라고요


사실 저희 집은 베이비룸을 설치해 두고 생활했어요.
그래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베이비룸 안에서는 잘 안 기더라고요.
혹시나 싶어서 거실 바닥에 내려놨더니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아이도 답답했던 걸까요?
조금 더 넓은 공간이 생기니까 여기저기 탐험하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는 베이비룸 구조도 조금씩 바꾸게 되었는데요
아이가 움직일 공간을 더 넓게 만들어 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기 시작하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많이 움직인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장난감부터 찾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채채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바로 콘센트와 전선이었어요.
"어허! 거기 가면 안 돼! 이놈!"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왜 위험한 곳만 골라서 가는 걸까요?
콘센트 근처로 기어가고, 전선을 잡아당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집 안을 다시 둘러보게 되는 거 있죠?
기기 시작하기 전에는 괜찮았던 것들이 갑자기 위험한 물건으로 보이더라고요.
선풍기 하나에 심장이 철렁했던 날도 있었어요

기기 시작하면서 제일 놀랐던 순간이 하나 있었어요.
안방에 선풍기를 하나 두고 사용하는데, 선풍기 줄이 조금 길거든요.
채채가 그 줄을 잡더니 그대로 선풍기를 붙잡고 일어서려고 하는 거예요.
그 순간 진짜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선풍기가 앞으로 넘어질 뻔해서 급하게 뛰어가 안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일을 겪고 나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던 물건들도 다시 보이더라고요.
콘센트, 전선, 선풍기, 작은 수납장까지 하나씩 다시 점검하게 됐습니다.
기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우리 집이 놀이터가 아니라 탐험지였어요.
설거지하는데 언제 왔는지 제 옆에 앉아있어요
요즘 제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채채 어디 갔지?"
잠깐만 안 보여도 금방 제 옆으로 와 있더라고요.
특히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제 다리 옆에 앉아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주방 바닥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탐험을 시작합니다.
설거지하는 시간조차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게 됐어요.
그래도 그런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습니다.
잠깐 쉬려고 앉아 있으면 어느새 제 무릎까지 기어오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잘 산 것, 생각보다 안 쓰게 된 것

육아템도 기기 시작하면서 체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잘 샀다고 느낀 건 변신큐브에요.
혼자 앉아서 버튼도 눌러보고 음악도 듣고, 생각보다 오래 가지고 놀더라고요.
덕분에 잠깐 집안일을 할 시간도 생겼어요.
반대로 기대했던 것보다 덜 쓰게 된 제품도 있었어요.
바로 머리 쿵 방지 쿠션!
넘어질까 봐 걱정돼서 준비했는데 겨드랑이 부분이 계속 쓸리는지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결국 몇 번 사용하지 못하고 보관행...
기기 시작하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바빠집니다
기기 전에는 '조금만 더 크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기 시작하니까 하루 종일 채채를 따라다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눈을 잠깐만 떼도 어느새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처음에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요.
"와~ 이제 눈 떼지 마래이."
그때는 웃으면서 넘겼는데,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겠어요ㅋㅋ...
그래도 하루 종일 이곳저곳 기어 다니며 새로운 걸 발견하고, 저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도 웃게 되는 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입니다.
집 안에 있는 위험한 물건부터 치우기.
배밀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아이 눈높이에서 집을 한 번 둘러보는 걸 정말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 작은 준비 하나가 엄마도, 아이도 조금 더 편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아기가 기기 시작하는 건 단순히 이동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순간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집안을 탐험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 커졌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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