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무렵은 아기의 성장과 발달이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 시기는 육아 중 가장 변화가 많은 시기 중 하나로, 수면 패턴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동안 잘 자던 아기가 갑자기 울면서 깨거나, 낮잠을 거부하고 수면 시간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등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글에서는 돌 전후 아기의 수면 문제를 세 가지 주요 키워드인 변화, 울음, 퇴행수면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하고, 부모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법을 함께 제시합니다.
변화: 돌 전후 수면 리듬의 급격한 변화
아기의 생후 12개월 전후는 성장과 발달의 전환점입니다. 이전까지는 비교적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던 아기들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수면 리듬에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우선 낮잠 횟수가 줄어듭니다. 9~10개월까지는 하루 2~3회의 낮잠이 일반적이지만, 돌 이후로는 낮잠이 1~2회로 줄고 활동 시간은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밤잠 시간에도 영향을 받기 쉬워지며, 전체적인 수면 리듬이 재구성됩니다. 또한 걷기, 잡기, 말하기 등 새로운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에너지가 왕성해지며 수면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기 스스로 피곤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놀고 싶은 욕구가 더 커져 수면을 미루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특징은 아기의 인지력 증가입니다. 낮에 경험한 자극이 수면 중에도 뇌에서 재처리되기 때문에, 수면 중에도 꿈, 움직임, 반응 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주 깨거나, 잠든 직후 다시 우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부모는 시간 중심의 수면 루틴에서 ‘행동 신호’ 기반 루틴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아기가 하품을 하거나 눈을 비비면, 그 신호를 포착하고 즉시 수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수면 전 루틴은 돌 이후에도 필수입니다. 매일 일정한 루틴(예: 목욕 → 수유 또는 간식 → 조용한 책 읽기 → 수면)은 뇌에 ‘잠을 자야 한다’는 신호를 전달합니다. 단, 루틴은 단순하고 반복 가능해야 하며, 30분 이상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면 환경 점검도 병행해야 합니다. 차분한 조명, 백색소음, 낮은 온도, 깨끗한 침구 등은 아기의 뇌가 안정적으로 휴식 모드에 진입하도록 도와줍니다. 이처럼 돌 무렵의 수면 변화는 자연스러운 발달 현상이므로, 부모의 민감한 관찰과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울음: 이유 없는 야간 울음과 잠투정
돌 전후 아기에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수면 문제 중 하나는 야간 울음과 잠투정입니다. 이전까지는 잘 자던 아기가 밤마다 깨며 울거나, 아예 잠드는 것을 거부하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아기의 정서적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분리불안입니다. 돌 무렵의 아기는 부모와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부모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낮 동안 부모와 잘 지내다가도 밤에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며 울거나 잠을 거부합니다. 이런 경우, 아기에게 부모는 곁에 있다는 신뢰를 쌓아주는 반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잠들기 직전 “엄마는 여기 있어. 곧 다시 올게” 등의 말을 반복하거나, 낮에도 잠깐씩 방에서 떨어져 있는 연습을 통해 분리불안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자극 과다입니다. 돌 전후의 아기는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낮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뇌가 매우 활성화됩니다. 전자기기 노출, 잦은 외출, 방문자 응대, 자극적인 장난감 등은 모두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평소보다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면 중에도 자주 깨어 울음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로는 신체적 불편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가 나는 시기에는 치통이 생기거나 잇몸이 근질거려 아기가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을 겪습니다. 또한, 장이 민감하거나 복부에 가스가 찰 경우 밤중 각성과 울음이 잦아집니다. 이러한 상황에 부모가 흔히 하는 실수는 과도한 반응입니다. 밤마다 안아 재우고, 수유를 반복하며, 자극적으로 달래다 보면 아기에게 ‘깨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조용히 다독이며, 가능한 한 아기가 스스로 다시 잠드는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이 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밤중 깼을 때 목소리는 낮게, 동작은 느리게 - 밝은 조명 대신 간접등이나 무드등 사용 - 부모의 옆에 있지만 직접 안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감 전달 이처럼 울음과 잠투정은 아기의 불안 신호이자, 부모와의 애착을 점검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퇴행수면: 갑자기 밤에 깨는 수면 퇴행 현상
‘수면 퇴행’은 아기가 잘 자던 시기 이후에 갑자기 수면 패턴이 붕괴되는 현상으로, 돌 무렵에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수면 퇴행은 아기가 새로운 발달 단계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수면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대부분은 2~6주 사이에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퇴행수면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밤에 자주 깨고, 낮잠 시간도 일정하지 않음 - 이전보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수면 시간이 줄어듦 - 수면 중 몸부림, 보챔, 울음이 심해짐 - 낮에 피곤함이 누적되어 기분이 불안정해짐 이러한 퇴행 현상은 단순한 후퇴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의 재정비 과정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새로운 동작을 익히고, 언어를 습득하며, 정서적 자율성을 키워가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이 시기를 회피하거나 억제하려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면 퇴행은 결코 ‘문제행동’이 아니며, 오히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한 실천 팁: - 수면 루틴을 이전보다 더 단단히 고정시킬 것 - 잠들기 전 차분한 활동 위주로 루틴 구성 (책 읽기, 가사 불러주기 등) - 밤중 깨더라도 가능한 한 빠르게 수면 환경으로 복귀시키기 - 낮잠 시간도 수면 일지로 관리하며 일정성 유지하기 - 백색소음, 딤머 조명, 스와들링(포대기) 등 보조 수면 도구 활용 수면 퇴행은 대개 1개월 내외로 종료되며, 부모의 일관성과 인내심이 회복 속도를 좌우합니다. 너무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아기의 리듬에 맞추어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돌 전후 아기의 수면 문제는 성장과 발달의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변화하는 수면 리듬, 정서적 울음, 수면 퇴행은 모두 아이가 더 큰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모는 이를 단기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인 수면 습관 형성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기마다 리듬은 다르기에 비교보다는 관찰이 중요하고, 조급한 반응보다는 일관된 루틴과 애정 어린 태도가 최선의 해답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아기의 수면 신호에 귀 기울이고, 매일 반복되는 루틴과 환경 조성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잠드는 힘을 키워주세요. 그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의 밤을 지켜주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